예브게니 오네긴·대위의 딸

살아 숨쉬는 러시아인의 삶과 시대 정신을 노래한 사실주의 문학의 효시

“슬프고도 위험한 괴짜,

때론 지옥이, 때론 천국이 빚어낸 자.”

『예브게니 오네긴』 은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시골에 내려간 청년 예브게니 오네긴이 타티

아나를 만나 접하는 사랑과 결혼에 관한 갈등을 다룬 운문 소설이다. 창작이라는 소명을 가지

고 혼란한 시대를 견뎠던 푸시킨의 자기 성찰이 예브게니 오네긴이라는 자전적 화자를 통해

드러난다. 당대 러시아 현실과 인물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조명한 사실주의 문학의 시초이자

스스로 “자기 생애에서 가장 우수한 작품”이라고 말한 푸시킨의 대표작이다. 『대위의 딸』은

1773년 일어난 농민 반란 ‘푸가초프의 난’을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이다. 황제 표트르 3세를

참칭한 반란군 수장 푸가초프에 맞서는 국경 수비대 장교 그리뇨프와 대위의 딸 마샤의 사랑

을 그리고 있다. 러시아 역사에 대한 푸시킨의 집념과 치열한 사료 연구 끝에 탄생한 이 작품

은 거대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권태와 야망, 명예와 사랑으로 격동하는 당대 러시아인을 생생

하게 그려 낸다.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 푸시킨은 러시아의 시대 정신과 현실에서 마주하는 인간의 내적 갈등

을 예리하게 포착해 진정성 있게 표현하며 러시아 근대 문학의 토대를 세웠다. 톨스토이, 도스

토옙스키, 체호프, 고골 등 러시아의 대문호들이 모두 푸시킨이 일구어 낸 사실주의 문학의 영

향을 받았다. 푸시킨이 가장 오랜 세월 공들여 작업한 운문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과 생전

마지막 출간작인 『대위의 딸』은 “러시아 삶의 백과사전”이라는 평을 받으며 서구 문학의 단순

한 모방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근대 문학의 세계를 이룩한 푸시킨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차이

콥스키가 작곡한 오페라, 뮤지컬, 영화 등으로 재탄생하며 전 세계 무대에서 사랑받고 있다.